2006년 07월 17일
아이거 북벽

알프스에서 제일 유명한 절벽이라면 단연 아이거북벽이다.
세계 3대 북벽인 마테호른, 그랑드 조라스, 아이거를 말하는데,
우리가 흔히 보는 아웃도어 상표 '노스페이스'는 바로 이 3대 북벽을 상징한다.
아이거북벽이라고 하면, 대개 하얀거미를 떠올리고,
위대한 등반가 하인리히 하러를 생각한다.
아이거(3,970m)는 스위스 알프스의 베르네 오버란트 산군에 속해 있는 바위산이다.
아이거 북벽은 이 산의 북측 절벽을 말하는데,
벽 밑둥에서 정상까지의 거리가 1,800m에 이른다.
세상에는 아이거 보다 높은 산도 많고, 아이거 북벽보다 더 긴 절벽 또한 수없이 많다.
그러나 아이거 북벽보다 더 유명한 등반 대상지는 이 세상에 없다.
등반 역사상 아이거 북벽은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흔히들 '클라이머의 공동묘지'라고 부른다.
'하얀 거미'는 아이거 북벽의 등반 루트 중 한 지역의 이름이다.
흡사 거미 모양처럼 펼쳐져 있는 상습적인 눈사태 지역인데,
정상에 오르려면 반드시 이곳을 통과해야만 한다.
독일의 안데를 헤크마이어와 루드비히 푀르그, 오스트리아의 프리츠 카스파레크와 하인리히 하러는 1938년 7월24일 이 지역에서 두 차례의 눈사태를 겪고도 기적적으로 살아 남아 결국 아이거 북벽 최초 등반에 성공했다.
20년이 지난 후 하인리히 하러가 출간한 산악문학 '하얀 거미'는 전 세계에서 1,000만권 이상이 판매된 빌리언 셀러다.
한국인으로서 아이거 북벽 최초 등반은 1979년 악우회의 윤대표와 허욱이 이뤄냈다.
아이거 북벽 등반을 다루는 국내 산악문학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정광식의 '영광의 북벽'(1989)인데,
최근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전: 아이거 북벽'(2003)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됐다.
어제 종로 반디앤루니스에서 이 책을 독파하며 감회에 젖었다.
며칠전 7월초, 아이거 북벽앞에서 혼자 감격해 있다가,
노스페이스 가방을 어깨에 멘 한국 대학생에게 이 얘기를 해 줬다.
네가 어깨에 멘 노스페이스가 바로 저 아이거북벽을 말하는 것이라고,
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이 죽은 곳이 바로 저 절벽이라고.
그런데 그 학생은 아무 감흥이 없었던 듯, 그냥 멍하니 딴데를 보고 있을 뿐 이었다.
산악인과 비산악인의 경계는 어딜까.
아이거 북벽앞에 서서, 그 경계를 알 수 있었다.
아이거 북벽앞의 호텔 현관에 가면 한국의 태극기도 걸려있다.
우리 한국인도 아이거북벽을 등정하다가 여기서 젊음을 바쳤기 때문이다.

# by | 2006/07/17 22:48 | 山 | 트랙백 | 덧글(3)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이었죠? 70년대에는 재난영화와 함께 웅장한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인간미 넘치는 영화가 많았지요.. 어려서였기 때문에 지금은 기억이 흐릿합니다만.. 그립습니다. ^^
(년전에 개봉한 버티컬 리미트 등과는 뭔가가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