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한국에 ABC로 많이 알려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현재 네팔에는 수십년만의 기상이변으로,
카트만두 시내에 62년만에 눈이 다 내렸을 정도다.

안나푸르나 히말라야가 있는 포카라 역시 기상이변에 시달리는 중 인데,
히말라야에 눈이 사람키 만큼 내렸고, 매일 저녁이면 눈발이 휘날리는 중이다.

오늘 안나푸르나쪽에서 포카라로 하산했다.

눈이 너무와서 눈 속에 터널을 뚫고 하산해야 하는 정도이고,
30분 간격으로 크고 작은 눈사태가 일어난다.

안나푸르나 사우스와 마차푸차레는 열번 칭송해도 부족함이 없을만큼 아름답지만,
거기까지 올라가는 과정은 너무나 한심하기 그지없다.

나는 ABC 루트가 상당히 과장되고, 거품도 있다고 생각한다.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논밭 사이의 끝도 없는 돌계단 길을 죽어라고 올라가야 하는데,
돌계단 길은 당나귀 똥으로 범벅이다.
과장 하나도 없이 말해서, 똥이 절반 발디딜데가 절반이다.
똥 피하느라고 경치를 볼 여유가 없다...

그리고 한국의 지리산이나 덕유산 능선처럼,
산을 즐기고 보면서 여유있게 걷는것이 아니다.
논밭 사이로 난 길, 집과 집 사이에 난 골목길, 그 사이사이의 돌계단을 그냥 걷는거다.
이게 바로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본질이다.

안나푸르나에 비하면,
스위스 융프라우 가는 길에 클라이네 샤이데그 트레킹 루트는 그 얼마나 훌륭한가.
나는 가보지 않았지만, 록키산맥 트레킹과 뉴질랜드 트레킹 역시 깨끗하고 훌륭하다.
그에 비해서 네팔 트레킹은 너무 많이 과장되고 거품이 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똥 밟는 재미에 네팔 트레킹 간다는 좀 정신나간 사람도 있긴 하더만,
숨만 쉬면 소똥냄새를 들이키면서, 소똥 밟고 하루종일 걸어보라.
그게 트레킹이냐. 쌩노가다 고행길이지.
트레킹의 본질이 걷기고행이라고 헛소리 하는 놈도 있을지 몰라서 덧붙인다.

걷는 고행도 좀 공기맑고 발바닥 깨끗한 곳에서 해야하는거다.

나는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 설산들을 폄하하는게 절대 아니다.
이 산들은 백번 찬양해도 부족함이 없이 아름답고 위대하다.
그러나 그 밑의 네팔인 마을들에서 걸어야 하는 과정은 더럽기 그지없다.

더러운 이유는 네팔인 마을의 수송수단이 당나귀밖에 없어서 그렇다고들 한다.
환경보호를 위해 자동차 길을 내지 않아서, 당나귀 밖에 쓸 수 없어서 그렇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ABC루트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촘롱이나 간드룽 정도에 헬기 비행장을 만들고,
트레커들을 헬기로 수송하면 어떤가.
그 윗쪽은 당나귀에 의한 수송을 금지 시키면,
산도 깨끗하고, 트레킹 하기도 좋지 않은가.

17년전에 내가 네팔 포카라에 와서 산길을 걸었을때는
포카라가 너무 좋고, 히말라야가 너무 환상적이어서 거의 정신이 나갔었었다...

17년만에 다시 온 히말라야는 환상은 깨지고, 그냥 더러운 네팔인 마을이었다.
그에 비해서 티베트에서 본 히말라야는 그 얼마나 깨끗하고 럭셔리 했던가.
고소증상이 심해 고통스러웠지만, 티베트 히말라야가 백만배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솔직히 톡 까놓고 말해서,
네팔 히말라야보다 티베트쪽에서 보는 히말라야가 더 아름답다.
네팔 포카라의 히말라야는 안나푸르나 사우스와 마차푸차레 빼면 볼거 뭐 있냐?

지난 17년동안 내가 너무 많은 세계를 여행했고,
너무 많이 보았고,
조금 늙었음을 느꼈다.

지금 여기 여행오는 20대 청춘들은
포카라 경치에 정신이 나가서, 마치 나의 17년전같이 헬렐레 하고 있다.
나도 저랬겠지... 나이 든 사람이 그때 나를 보면 저랬겠지...

나는 내일 룸비니에 간다.
룸비니에 있는 한국절 대성석가사에 가 있을건데,
룸비니에 간 김에 작정하고 삼천배 한번 하고,
밀린 운동과 밀린 빨래를 할 생각이다.
(나는 예루살렘가면 십자가의 길 14처도 하고, 불교성지오면 부처님한테 절하고 뭐 그런 인간이다.)

산 아래는 더럽지만, 산 위는 아름답다.
뭐 어쨌거나 그러면 된거 아닌가 싶다.

미국 국방부에서 개발했다는, 네발로 걷는 수송로봇을
우선적으로 네팔 히말라야에 보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트레킹 하는 내내 했다.
그러면 당나귀 똥도 없어지고,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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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도사 | 2007/02/19 19:40 |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by 총천연색 at 2007/02/20 01:06
미국 국방부에서 그런걸 보급할리가요.
^ ^ 여하튼 그런 냄새라도 맡으며 걷고 싶네요. 후우~
Commented by sharkman at 2007/02/21 16:03
건강하게 돌아와라.
Commented by Jen  at 2007/06/17 21:12
전 똥 밟아도 마냥 좋았는데ㅠ 젊어서 그랬을까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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