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이란 나라

이곳 필리핀은 재미있는 인종구성으로 되어 있다.
남방에서 뗏목타고 올라온 인간들, 말레이반도에서 바다 건너온 인간들 등등
이 일대 많은 원주민들이 수천년간 혼혈되어 살아왔다.
섬이 7천개나 되다보니 제대로 된 국가구성도 해 보지 못했던, 그런 群島였었다.

그러다가 몇백년전에 마젤란이 와서 행패 부리다 맞아 죽은후로,
앙심품은 스페인 강도들이 단체로 줄줄이 와서 이곳을 집어먹고는,
지네 나라 임금 이름을 덜컥 붙여서, 섬의 이름이 필리핀이 되었다.

그 후에 스페인인들과 집단 혼혈이 이루어지고, 이들의 후예는 지금도 메스티조라고 불린다.
스페인인들이 세부섬에 도착했을때, 이미 중국 상선들이 항구에 바글거렸다고 한다.
지금 필리핀 마닐라의 대형건물과 상가는 90%이상이 중국 화교들이 갖고 있다.
그래서 이곳은 중국인, 스페인인, 원주민들이 혼혈되어 사이좋게 사는 섬이 되었다.
그후, 미국이 스페인과 맞짱떠서 이긴후에, 이번에는 미국 잡종들의 핏줄이 단체로 들어왔다.
앵글로색슨뿐 아니라, 흑인들 핏줄까지 섞였다.
그리고 2차대전때는 일본군이 점령하면서, 일본인들이 또 씨를 뿌렸다.
필리핀 사람들은 대부분 종교가 카톨릭이어서, 낙태를 금기시 한다.
그래서 미성년자가 임신해도 그냥 아기를 낳는다.

그런 오랜 역사때문인지, 필리핀 사람들은 이민족과의 결혼에 무척 너그럽다.
이민족과의 결혼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이런 오랜 타민족과의 교류를 통해서, 필리핀인들이 얻은것은 또 한가지 있는데,
그건 상당한 수준의 언어적 감수성이다.

한국인이 미국가서 1년 지내봐야, 영어가 딱 부러지게 될리가 없다.
그런데 필리핀 사람이 한국와서 1년 지내면, 한국말을 입이 벌어지게 잘 한다.
나도 직접 겪어보고 기절할 듯 놀랐다.
불과 6개월 한국말 배웠다는 인간이, 못하는말이 없고, 못 알아듣는 말이 없다...
알고보니, 필리핀 사람들 특성이 원래 외국어를 잘 배운다는 것이었다.
세상 어느나라 말이나 6개월 배우면 웬만큼 할 수 있단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필리핀은 길바닥 거지도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나라다.
이들은 원래 자신들의 언어인 타갈로그어에, 영어를 기본으로 배우고, 덤으로 스페인어도 접할 수 있다.
위의 3개국어를 퍼펙트하게 하면, 다른 언어를 습득하기는 여반장이겠다.
그리고 이곳은 화교영향권이어서, 극동의 언어와도 오랜기간 접해왔고,
동남아 각국과도 많은 교류가 있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21세기는 영어가 무기인 시대인데,
사회적 인프라와 교육수준이 안 따라줘서 그렇지,
필리핀이 동남아시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음은 분명한 것 같다.

길가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흥미롭기 그지없다.
얼굴을 자세히 보면, 그 사람의 뿌리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데,
앵글로색슨 백인 핏줄, 라틴핏줄, 남방 중국인, 흑인의 뿌리를 그들의 얼굴에서 발견한다.

흥미로운건 극동아시안의 흔적이 나타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는 것 이다.
아마 대동아전쟁때 일본군들이 씨를 뿌려서 그렇게 되었나본데,
이렇게 일본도 필리핀 DNA구성의 다양성에 일조를 담당했다.

마닐라베이에서 바다건너편에 작은 섬이 보이는데,
그게 코레히도르 섬 이다.
맥아더 장군이 부하 7만6천명을 버려두고, 혼자 비행기타고 도망친 바로 그 섬이다.
이게 맥아더의 바탄철수라는 거다.
그 후, 대장이 도망가고 남겨진 맥아더 휘하의 부하 7만여명은
북쪽의 탈락市의 수용소까지 100km의 죽음의 행군을 하며, 1만명이 탈진해 죽었다.
맥아더장군도 무적장군은 아니다. 한국에서 너무 뻥튀기 된 경향이 없지않아 있다.

코레히도르섬에는 거대한 대포가 있는데, 이게 바로 나바론 영화의 모델이 된 바로 그 대포다.
나바론 대포는 독일군의 것이 아니라, 본래 코레히도르에 있던 미군의 대포였었다.
난 다나까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에 나오는 이젤론요새의 주포, '토울의 해머'가
나바론포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 했었었다.

당시 2차대전때 필리핀인들도 일본군의 공습과 공격으로 수백만명이 죽어갔는데,
지금의 필리핀인들은 그런 과거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
일본인들을 별로 싫어하지 않는다는것이 무척이나 특이하다.
어쩌면 이들은 오랜 식민생활과 섬으로 갈라져서 고착된 부족한 민족의식으로 인해,
일본의 만행과 학살조차도 별것 아닌것으로 여기게 된 것을 아닐까.

과거의 아픔을 잘 잊고, 현재에 충실하며, 언어적 감수성이 뛰어난 필리핀 인들,
이들의 모습이 어쩌면 21세기의 코스모폴리탄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시대에 역행해서 코스모폴리탄이 안되도 좋으니, 나는 죽을때까지 일본 미워하다 죽을란다.
과거를 잊는 민족에게는 미래도 없다.

참고로 필리핀의 별명이 식모나라라고 한다.
홍콩에만 1만명의 식모가 나가 일하고 있고,
한국에는 현재 5만명이 노동자 및 식모로 들어와 있다고 한다.
이들은 미국의 간호사, 중동의 근로자, 선진국의 광부로 많이 일하고 있다.
전 필리핀인구의 10%가 이렇게 해외노동자로 나가 있는데,
이들이 은퇴하면 고향에 돌아와서 커다란 집을 짓고 편안히 살며,
동네 사람들도 이들을 '귀향자'라고 부르며 비교적 존경해 준다는 것이다.

이들과 우리가 다른것은,
우리나라도 한때 독일광부, 사우디노동자, 간호사로 나가 일했지만,
우리는 과거를 잊지 않고 살았다는거다.
그 결과가 우리는 6.25직후 GNP 60달러의 나라에서 2만불의 나라가 되었지만,
필리핀은 당시 GNP 900불의 나라에서, 현재 GNP 700불의 나라가 되어 있다.

아참, 어제 웃기다고 생각한 것 한가지.
여기 필리핀에는 한국인들이 8만7천명이 들어와 있다.
중국 청도에만 한국인이 12만7천이 있고, 중국 전역에 55만명이 나가 사는것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 지만,
필리핀인들에게는 8만여명도 무척 많다고 생각되는 것 같다.

한국에는 필리핀사람이 5만명이 들어와 있는데,
이들은 매주 일요일이면 서울 대학로 혜화동로터리에 수천명이 모여서 자기네들만의 장터도 열고,
혜화동성당에서 필리핀어 미사도 드리면서 뭐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나한테 이 말을 한 필리핀 사람은,
자기네는 한국내에서 불과 5만명이지만, 대학로에 매주 모이고 뭉치는데,
한국인은 여기에 8만명이 넘는데도 모이거나 뭉치지 않는다면서,
필리핀사람들이 조금 더 우월하다는걸 내비쳤다.

정말 웃.긴.다.

한국에서 필리핀인들은 마이너이고 사회적 약자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한국인들은 외국인이지만 약자가 아니다.
한국인들은 에어콘 잘 나오는 시원한 강당이나 교회에서 집회하며,
필리피노처럼 길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만나지 않는다는걸, 이들은 잘 모르는거 같다.

자기네를 수백만명이나 학살한 일본인들에게 적대감도 갖지 않는 필리핀 사람들,
이들은 원수도 모르니, 은혜도 알 리가 없다.
과거도 쉽게 잊고, 은원도 모르는 자 들에게 미래가 있을 것 같지 않다.

내가 옛날일을 잘 안 잊고, 그래서 소심하다고?
그래, 나 소심하다. 원래 俠客不忘怨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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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티 : 나는? 2007-08-31 16:56:04 #

    ... 필리핀이란 나라난 소심한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 more

덧글

  • 2007/08/29 13:35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오우거 2007/08/29 14:00 # 답글

    역시 협객은 불망원해야지요.
  • 페이퍼 2007/08/29 14:36 # 답글

    얼마전 필리핀경찰과 공무원들이 한국인교민 대상으로 갈취했다던 사건이 생각나는군요...
  • tloen 2007/08/29 16:18 # 답글

    필리핀은 미-서 전쟁으로 미국의 식민지 상태였고, 일본이 필리핀 진주할 때 해방이라는 명분을 사용하지 않았던가요? 마치 베트남에 일본이 진주할 때 해방이라는 명분을 사용한 것처럼.

    동경전범 재판에서의 인도판사의 거부처럼,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및 유럽각국의 식민지 국가들을 공격할 때 사용한 아시아인의 자주라는 모토는 독립국 상태에서 침략을 당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군의 점령기간이 짧아서, 일본을 새로운 식민주의자로 인식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지요. 또는 엔고 시대때의 일본의 적극적인 외교활동의 결과일 가능성도 있을 것 같고요.

    동남아시아와 우리나라 사이에는 일본을 보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각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 한도사 2007/08/29 20:18 # 답글

    페이퍼/ 앞으로는 필리핀경찰이 한국교민 괴롭히지 않을겁니다. 밝힐수는 없는데, 뭐 그럴만한 일이 있습니다.
    tloen/ 일리 있는 말씀이십니다. 우리와는 시각이 다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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