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10일
치악산 정초 산행
2월9일(토) 치악산 등산.
황골 - 입석대 - 비로봉 - 사다리병창 - 세렴폭포 - 구룡사 코스.
새벽 6시에 집에서 나와, 7시에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원주행 기차를 탔다.
기차에 타자마자 잠에 골아떨어진다.
기차는 정시에 출발했음에도 15분이나 늦게 원주역에 도착한다.
연착해서 미안하다는 안내방송 한번 없다.
그전에 일본 동경에서 신간선열차가 3분을 늦었다고, TV의 저녁메인뉴스에 크게 보도되는걸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의 딱 중간인 것 같다.
원주역에서 택시로 황골까지 이동.
한국의 산하 게시판에 보니, 황골까지 택시비가 9천원이라는둥, 1만원이 넘는다는둥 그랬는데, 실제 타보니 7천원이 나왔다.
입구의 공중화장실에서 영역표시를 한 후, 출발.
딱 십년전, 둘째 숙부님이 치악산 입석대 코스에서 돌아가셨었다.
그때 원주의 어떤 병원 영안실에서 시체가 된 삼촌을 만났다.
십년동안 돌아가신 장소에 가 본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황골코스로 들머리를 잡아서 그 장소에 가 봤다.
아쉬운대로 소주 한잔 잔에 따라놓고... 네 방향에 술 따라주고 잠시 묵념...
입석사 올라가는 길. 입석사 스님의 차는 4륜구동 지프였는데, 지프가 아니면 다닐 수 없는 길 이었다.
입석대와 입석사 객사.
중국 황산의 비래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석사 대웅전.
대웅전에 들어가 부처님 만나, 정성껏 절 하고, 시주함에 시주도 하고...
여기서 만난 어떤 여보살님이 십년전에 추락사 한 우리삼촌 얘길 알고 계셨다.
입석사에서 비로봉 가는 길이다. 눈이 제법 깊어지기 시작하고, 눈발이 휘날린다.
오늘 눈이 온댔는데, 눈이 좀 와야 상고대를 보지 않을까 싶었다.
다행하게도 산에는 개스가 짙어, 안개가 산 밑에서 강한 바람과 함께 올라오고 있었다.
잘하면 상고대를 실컷 볼 수 있을 듯.
대한민국은 역시 정보통신대국이다. 산 능선에도 휴대폰 중계기가 있다. KTF만세~
눈발이 굵어지고, 바람이 세어져서 고글을 낀다.
눈이 잠시 덜 부는 나무밑에서 한컷.
고글의 렌즈에 셀카찍는 내 손이 보인다.

산밑에서 안개바람이 강하게 올라오니, 순식간에 산에는 상고대가 피어난다.
헬기장을 지나, 대피소앞에 도착. 바로 앞이 비로봉 정상이다.
대부분 여기서 점심을 먹는데, 바람이 세차서 라면면발이 흔들린다.
라면먹고 커피마시고... 초콜렛까지 까 먹는데, 손이 시리다.
기온이 낮아서, 먹는동안 라면국물은 벌써 차가와진다.
비로봉 정상의 돌탑이 보인다.
비로봉이란게 비로자나불 이름에서 따온것 같은데, 그렇다면 저 위는 비로자나불이 노니는 곳 아니냐.
이 계단은 Stairway to Heaven인 셈이다.
어느 산이나 그렇지만, 정상직전 100미터는 항상 힘들다.

정상의 돌탑들.
이 돌탑은 어떤 처사가 신의 계시를 받아, 3년동안 3개도에서 줏어온 돌로 쌓았다고 한다.
내가 걸어온 능선이다.
윗편에는 헬기장, 아래편에는 비상대피소가 보인다. 저 대피소 옆에서 바람을 피하며 라면을 먹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은 일본 하까다라멩이 아니고, 겨울날 눈덮인 산에서 먹는 라면일꺼다.

치악산 정상의 돌탑들과 내가 걸어온 능선.
치악산 등산로의 난이도가 히말라야 트레킹보다 힘들다.
믿거나 말거나 사실이다.
특히 치악산은 '치가 떨리고 악 소리가 나오는 산'이라고 했는데, 비로봉 일대의 코스는 참 험하다.
비로봉 정상에 바람이 세고, 기온이 낮아서 오래 버틸수가 없다.
사진 찍을때마다 잠시 장갑을 벗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만, 셔터를 두세번 이상 누르기 힘들만큼 바람이 차다.
이미 카메라 배터리가 얼어서 방전된 모양인지 잘 켜지지 않는다.
하산길에 구룡사 방면 산세.


7부능선 윗쪽은 눈이 깊다. 무릎까지 빠진다.
가드레일 기둥이 묻혔다.
이정도면 노루나 토끼도 걸어다니기 힘들겠다.

그 유명한 치악산의 사다리병창.
암릉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젠 있으면 갈만한데, 그냥은 좀 미끄럽겠다.
구룡사는 아홉구가 아니라 거북구를 쓴다.
나도 첨 알았다.
구룡사 사천왕사에 있는 사천왕 아저씨.
이 차는 신도차가 아니고 스님차다.
산에 있는 절은 지형때문에 스님들이 4륜구동 SUV를 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여긴 에쿠스가 있다.
산사의 스님들이 지프차 모는건 이해가 되지만, 여기서는 뭔 재주로 에쿠우스를 몰고 다니는 것일까?
실용성도 없고, 돈만 많이 드는 차인데...
아마도 주지스님 사시는 곳 같다. 고대광실이란 이런거 아니겠냐.
에쿠스 몰고 저택에 살수 있다니... 스님도 할만한 직업이다.
입석사에서는 시주도 하고 절도 많이 하고 왔지만,
구룡사에서는 10원 한장도 시주하지 않았다.
시주해봐야... 저 에쿠스 기름값으로 들어갈꺼 같아서다.
구룡사 주지스님이 얼렁 에쿠스 팔고 지프차 사시기를 기원했다.
차값이 비슷해도, 스님이 베라크루즈나 모하비 타고 다니면, 내가 욕은 안한다고...
산사에는 4륜구동 SUV가 꼭 필요하니까 말이다.
구룡사 입구에서 25분마다 운행하는 버스타고 원주역으로 온다.
원주역에서 청량리까지는 약 2시간 걸린다.
아침에 원주역에 도착하자마자, 서울가는 표를 사두었기 때문에 나는 좌석이 있었다.
내가 아침에 샀던 표는 누군가가 반표한것인데, 반표 되자마자 운좋게 산거였다.
만약 표를 못샀으면 시외버스를 타야 했겠지만...
설 연휴가 끝나는 때라서, 열차는 만원이고 입석표만 팔고 있다.
기차를 타고 잠에 빠지는데 전화가 온다.
치과의사 하는 친구놈이 창동역에서 술 마시고 있다고 오라는거다.
기차라고 하니까, 옆자리에 이쁜 아가씨라도 앉아있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옆을보니, 80살은 넘어보이는 할머니다.
안동에서 서울 가신다는데... 좌석표를 구하지 못해, 입석표를 사서 여기저기 메뚜기 하고 계셨다.
아주 똘똘하고 야무진 할머니인데, 다행히 내 옆자리에 앉으신 후 부터는 자리이동 안하고 내내 앉아가셨다.
정말 다행이다.
할머니가 앉아가셔서 다행이라는게 아니고, 내가 다행이라는거다.
저 할머니가 자리 없어서 내 옆에 서서 가셨으면,
내가 편하게 자리에 앉아 잠자고 가지 못했을테니 말이다.
한국사회는 나이가 깡패라... 노인이 옆에 서 있는데, 편하게 앉아 가기는 쉽지 않다.
청량리에 내려 창동역에 가니 몇몇이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다.
중국무술 관장하던 한 친구는 도장을 닫았다고 한다.
도장이 아예 안되서 다른일 한다고...
도장 관장하다가 시장에서 계란배달 할 생각하면 기분이 좀 그렇긴 할건데,
한국에서 정통무술하는 사람의 숙명아닌 숙명 아니겠나.
유치원 태권도를 하지 않을바에야, 가난을 각오해야 하는거니...
後來者 三盃라면서, 늦게 도착한 죄로 500cc 맥주잔에 절반을 소주로 채워준다.
소맥이다. 후래자가 후레자식 안되려면 마시는 수 밖에 없다.
친구인지 웬수인지 알 수가 없다.
치악산 눈속에서 종일 구른탓에 허벅지가 기분좋게 아프고, 술을 마시니 몸이 확 풀린다.
치과의원 하는 친구나, 도장 때려치고 장사하는 친구나,
새해에는 모두 다 건강하고 일 잘되면 좋겠다.
오늘 치악산 산신이 포쓰를 불어넣어 줬는지,
폭탄주를 마셔도 별 느낌이 없다.
올 2월이 가기전에는 태백산이나 한번 뛰어야 할 껀데...
황골 - 입석대 - 비로봉 - 사다리병창 - 세렴폭포 - 구룡사 코스.
새벽 6시에 집에서 나와, 7시에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원주행 기차를 탔다.
기차에 타자마자 잠에 골아떨어진다.
기차는 정시에 출발했음에도 15분이나 늦게 원주역에 도착한다.
연착해서 미안하다는 안내방송 한번 없다.
그전에 일본 동경에서 신간선열차가 3분을 늦었다고, TV의 저녁메인뉴스에 크게 보도되는걸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의 딱 중간인 것 같다.
원주역에서 택시로 황골까지 이동.
한국의 산하 게시판에 보니, 황골까지 택시비가 9천원이라는둥, 1만원이 넘는다는둥 그랬는데, 실제 타보니 7천원이 나왔다.
입구의 공중화장실에서 영역표시를 한 후, 출발.
딱 십년전, 둘째 숙부님이 치악산 입석대 코스에서 돌아가셨었다.
그때 원주의 어떤 병원 영안실에서 시체가 된 삼촌을 만났다.
십년동안 돌아가신 장소에 가 본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황골코스로 들머리를 잡아서 그 장소에 가 봤다.



중국 황산의 비래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웅전에 들어가 부처님 만나, 정성껏 절 하고, 시주함에 시주도 하고...
여기서 만난 어떤 여보살님이 십년전에 추락사 한 우리삼촌 얘길 알고 계셨다.

오늘 눈이 온댔는데, 눈이 좀 와야 상고대를 보지 않을까 싶었다.
다행하게도 산에는 개스가 짙어, 안개가 산 밑에서 강한 바람과 함께 올라오고 있었다.
잘하면 상고대를 실컷 볼 수 있을 듯.


눈이 잠시 덜 부는 나무밑에서 한컷.
고글의 렌즈에 셀카찍는 내 손이 보인다.



대부분 여기서 점심을 먹는데, 바람이 세차서 라면면발이 흔들린다.
라면먹고 커피마시고... 초콜렛까지 까 먹는데, 손이 시리다.
기온이 낮아서, 먹는동안 라면국물은 벌써 차가와진다.

비로봉이란게 비로자나불 이름에서 따온것 같은데, 그렇다면 저 위는 비로자나불이 노니는 곳 아니냐.
이 계단은 Stairway to Heaven인 셈이다.
어느 산이나 그렇지만, 정상직전 100미터는 항상 힘들다.


이 돌탑은 어떤 처사가 신의 계시를 받아, 3년동안 3개도에서 줏어온 돌로 쌓았다고 한다.

윗편에는 헬기장, 아래편에는 비상대피소가 보인다. 저 대피소 옆에서 바람을 피하며 라면을 먹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은 일본 하까다라멩이 아니고, 겨울날 눈덮인 산에서 먹는 라면일꺼다.



믿거나 말거나 사실이다.
특히 치악산은 '치가 떨리고 악 소리가 나오는 산'이라고 했는데, 비로봉 일대의 코스는 참 험하다.

사진 찍을때마다 잠시 장갑을 벗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만, 셔터를 두세번 이상 누르기 힘들만큼 바람이 차다.
이미 카메라 배터리가 얼어서 방전된 모양인지 잘 켜지지 않는다.




가드레일 기둥이 묻혔다.
이정도면 노루나 토끼도 걸어다니기 힘들겠다.


암릉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젠 있으면 갈만한데, 그냥은 좀 미끄럽겠다.

나도 첨 알았다.


산에 있는 절은 지형때문에 스님들이 4륜구동 SUV를 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여긴 에쿠스가 있다.
산사의 스님들이 지프차 모는건 이해가 되지만, 여기서는 뭔 재주로 에쿠우스를 몰고 다니는 것일까?
실용성도 없고, 돈만 많이 드는 차인데...

에쿠스 몰고 저택에 살수 있다니... 스님도 할만한 직업이다.
입석사에서는 시주도 하고 절도 많이 하고 왔지만,
구룡사에서는 10원 한장도 시주하지 않았다.
시주해봐야... 저 에쿠스 기름값으로 들어갈꺼 같아서다.
구룡사 주지스님이 얼렁 에쿠스 팔고 지프차 사시기를 기원했다.
차값이 비슷해도, 스님이 베라크루즈나 모하비 타고 다니면, 내가 욕은 안한다고...
산사에는 4륜구동 SUV가 꼭 필요하니까 말이다.
구룡사 입구에서 25분마다 운행하는 버스타고 원주역으로 온다.
원주역에서 청량리까지는 약 2시간 걸린다.
아침에 원주역에 도착하자마자, 서울가는 표를 사두었기 때문에 나는 좌석이 있었다.
내가 아침에 샀던 표는 누군가가 반표한것인데, 반표 되자마자 운좋게 산거였다.
만약 표를 못샀으면 시외버스를 타야 했겠지만...
설 연휴가 끝나는 때라서, 열차는 만원이고 입석표만 팔고 있다.
기차를 타고 잠에 빠지는데 전화가 온다.
치과의사 하는 친구놈이 창동역에서 술 마시고 있다고 오라는거다.
기차라고 하니까, 옆자리에 이쁜 아가씨라도 앉아있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옆을보니, 80살은 넘어보이는 할머니다.
안동에서 서울 가신다는데... 좌석표를 구하지 못해, 입석표를 사서 여기저기 메뚜기 하고 계셨다.
아주 똘똘하고 야무진 할머니인데, 다행히 내 옆자리에 앉으신 후 부터는 자리이동 안하고 내내 앉아가셨다.
정말 다행이다.
할머니가 앉아가셔서 다행이라는게 아니고, 내가 다행이라는거다.
저 할머니가 자리 없어서 내 옆에 서서 가셨으면,
내가 편하게 자리에 앉아 잠자고 가지 못했을테니 말이다.
한국사회는 나이가 깡패라... 노인이 옆에 서 있는데, 편하게 앉아 가기는 쉽지 않다.
청량리에 내려 창동역에 가니 몇몇이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다.
중국무술 관장하던 한 친구는 도장을 닫았다고 한다.
도장이 아예 안되서 다른일 한다고...
도장 관장하다가 시장에서 계란배달 할 생각하면 기분이 좀 그렇긴 할건데,
한국에서 정통무술하는 사람의 숙명아닌 숙명 아니겠나.
유치원 태권도를 하지 않을바에야, 가난을 각오해야 하는거니...
後來者 三盃라면서, 늦게 도착한 죄로 500cc 맥주잔에 절반을 소주로 채워준다.
소맥이다. 후래자가 후레자식 안되려면 마시는 수 밖에 없다.
친구인지 웬수인지 알 수가 없다.
치악산 눈속에서 종일 구른탓에 허벅지가 기분좋게 아프고, 술을 마시니 몸이 확 풀린다.
치과의원 하는 친구나, 도장 때려치고 장사하는 친구나,
새해에는 모두 다 건강하고 일 잘되면 좋겠다.
오늘 치악산 산신이 포쓰를 불어넣어 줬는지,
폭탄주를 마셔도 별 느낌이 없다.
올 2월이 가기전에는 태백산이나 한번 뛰어야 할 껀데...
# by | 2008/02/10 12:43 | 山 | 트랙백 | 덧글(10)








그나저나 치악산은 차 타고 들어가면서도 참 그냥 험준한 게 아니라 惡산이다 싶었는데 용케도 그런델 걸어서 올라가는군. (감탄)
산에 한번 가고 싶긴한데, 아이젠이 없어서 겨울 산은 무섭다능.
추기경님 曰, '저 車 누구꺼야?.' 본당신부님 曰, '아 네, 신자가 몰고 온 모양입니다.'
그 다음날, 본당신부님은 르망레이서를 팔아버리고, 그전에 몰고 다니던 십수년도 더 된 고물 브리사를 다시 몰기 시작하셨다는 눈물겨운 얘기가 있죠.
근데 저 겁이 많아서 혼자선 산에 못 가요..
제 속도에 짜증 안 내실 자신 있으시면 다음에 저 좀 같이 델고 가 주세효.. ;ㅁ;
그냥 봄 중에 한번 같이 가주시면 감지덕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