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에서

경기도 화성군 매향리.
里라고 쓰는 것 같다.
현지 주민들도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는 알지 못하더라.
한자뜻을 풀어보면, '매화향기가 가득한 마을'.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마을 입구에는 녹슨 대포알 잔해가 길손을 기다린다.
터지지 않고 오발탄이 되어 녹슨 포탄들.
포탄은 실탄이던 뇌관이 해체되어 용도폐기된 것이던간에 죽음의 냄새가 난다.
화장터나 전쟁터에서 느껴지는 피냄새가 여기서도 난다.

매향리 바닷가에 해가 진다.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농섬이 보이는데, 이 섬이 미군의 쿠니사격장이다.
미군들이 이 섬에 셀수도 없이 많은 포탄을 때려부어온 것이다.

매향리 바닷가에는 이렇게 철조망이 쳐져 있다.
해안경비 때문이 아니다...
이 철조망 바깥에 나가면, 오발탄 포탄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철조망에는 포탄이 많으니 나가면 안된다고 적혀있었다.

해가지고 자정이 가까워오자 어디선가 낯선, 혹은 낯익은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린다.
그렇다... 총소리다.
그런데 흔히 듣던 M16이나 K2소총의 파열음이 아니다.
M16소총과 K2소총의 총소리가 다르듯이, 세상의 모든 총은 각각 자신만의 목소리를 갖는다.
AK소총도, M4A1도, UZI도...각각 다른 총소리를 낸다.

그런데 휘영청 밝은 달 아래 들리는 총소리는 우리귀에 익은 총소리가 아니다.
어느나라, 어느군대에서 쏘는 총일까.
잠을 청하려해도 어디선가 쉴새없는 총소리가 들려온다.

이 한밤중에 어떤 군바리가 잠도 안자고 총을 자동에 놓고 야간사격을 하고 있었더란 말이냐.
이 밤에 어느 부대에서 야간사격훈련을 하는것인가.
아니면 유령의 총소리인가.
어느쪽인지 모르지만 총소리는 1시가 넘도록 쉬지 않는다.

저런 총소리와 포탄소리를 1년만 들으면, 멀쩡한 사람도 정신이상이 되겠다.
매향리 사람들이 총소리가 좋아서 지원한 외인부대원이 아닐바에는.

아침햇살이 떠오르는 매향리의 바닷가.
차를 몰고 도시로 들어오는 국도 아스팔트위에 유난히 새와 고양이의 시체가 많이 보인다.
불과 1km를 달리는데, 차에 치어죽은 (어젯밤에 죽은것이 분명한) 고양이의 시체가 3마리나 보인다.

이 아이들은 어젯밤에 죽었던 것이다.
총소리를 오래 듣다보니 정신에 이상이 생긴것일까.
원래 고양이는 야간도로에서 차량의  헤드라이트 불빛을 보면 움직이지 못해서 잘 죽는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짧은 도로에 이렇게 많은 고양이시체가 보이는건 좀 이상하다.

내가 총소리에 잠못 이루고 뒤척이던 때,
커다랗고 밝은 달빛에 드러난 매향리의 갯벌을 바라보던 때,
그때 길에서는 새와 고양이들이 죽어갔다.

아마 집안에서 잠을 자는 매향리의 주민들도 절반은 죽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매향리의 고양이처럼.

휘황하게 밝은 매향리 바닷가의 달빛속으로, 밤새 들리던 총소리는 아직도 귀에 울린다.
매화향기가 휘날린다는 바닷가 마을 매향리에는
오늘도 매운향기가  휘날린다.
매운 화약향기가.

by 한도사 | 2008/02/19 14:11 | | 트랙백 | 덧글(9)

Commented by 신디엄마 at 2008/02/19 15:36
7번째 사진,
나우시카에 나오는 거신병 같네요. 무섭습니다.
Commented by 문도르 at 2008/02/19 16:04
위사진에 있는 폭탄들 저에게는 참 익숙한 놈들입니다. 제가 공군 탄약제조/처리특기출신이거든요.
이름은 500파운드 MK-82폭탄이고 사진을 보니 대부분 훈련용 비활성 Dummy폭탄(안에 폭약대신 시멘트를 채움)입니다. 실제폭탄은 피해반경 1.2km, 살상반경 0.5km로 즉 반경 500미터내의 생명체는
대부분 폭발시의 압력으로 죽고, 파편으로 반경 1200미터내의 생명체들이 죽을수도 있다는 폭탄입니다. 무시무시하지요.. 글을 쓰다보니 군대시절의 악몽이 자꾸 떠올라 그만 줄이겠습니다..
Commented by 한도사 at 2008/02/19 17:08
문도르 / 더미폭탄은 맞는것 같습니다. 폭탄안에 안에 시멘트가 채워진것이 많았어요. 반경1킬로안에 생명체가 다 죽는다니, 상상만해도 무시무시한 폭탄이군요... 우리동네에 4-5개만 떨어지면 한동네가 다 초토화 된다는거 아닙니까.
Commented by 루드라 at 2008/02/20 01:28
전 지금까지 埋香里인 줄만 알았습니다. 왜 예전에 향나무를 묻었던 곳에 저런 지명을 가진 곳이 많아서 저기도 그럴 것이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매화향기였었군요.
Commented by 문도르 at 2008/02/20 07:36
제가 생각할때는 세계최고의 인구밀도를 지닌 서울에는 강남에 1개,강북에 1개만 떨어져도 서울은 초토화 될수 있을것 입니다. 서울전역이 도시가스로 연결되어있기때문입니다.전형적인 항공폭탄인 MK-82는 베트남전때 개발되었습니다. 기존의 TNT탄에서 TNT에 알미늄가루를 섞은 Tritonal을 사용한 MK-82는 TNT의 1.5배의 폭발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이 MK-82를 B-52전폭기는 1000발까지 장착할수 있고 B-52 1개 편대가 일정간격으로 줄서서 폭격하는 것을 융단폭격이라고 합니다. '굿모님 베트남'이라는 영화중 루이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노래가 나오는 동안 농부가 모내기하는 평화로운 베트남 농촌에 이 폭탄이 떨어집니다.화승총만 지닌 위대한 베트남 인민들은 이 엄청난 폭탄을극복하고 미국을 물리쳤습니다.
Commented by 한도사 at 2008/02/20 10:32
루드라 / 梅가 맞는것 같아요. 마을 입구에 '매화향기 가득한 매향리'라고 적혀있거든요.
문도르 / B-52 한대만 떠도 서울경기지역은 초토화 되겠군요. 덜덜...
Commented by 문도르 at 2008/02/20 11:56
저도 군대에서 현대의 항공탄의 위력을 알고나서는 지구상에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않된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그리고, 폭약을 개발한 노벨을 저주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미국을 적으로 만들면 않되겠다는 생각이...
Commented by 한도사 at 2008/02/20 12:34
현대의 재래식폭탄이 이정도 훌륭하다면, 뭐하러 핵폭탄을 쓰겠습니까. B-52 1개편대면 핵폭탄 한개 이상의 효과를 가져오겠군요.
문제는 매향리에 지난 30년간 수십만발의 폭탄이 투하되었고, 지하수와 토양은 중금속과 발암물질에 완전히 노출되었다는 것 입니다. 미군은 여기서 가끔 우라늄탄의 사격훈련도 했습니다.
Commented by 문도르 at 2008/02/20 16:00
예 사범님 맞습니다. 핵탄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인류최악의 무기일것 같습니다.매향리는 정말 가슴아픔니다. 제가 듣기로도 주한미군은 한국이 준전시지역이라 폭격시 실제폭탄으로 연습을 많이헀다고 알고 있습니다.열화우라늄탄도 사용했다면 미국놈들은 정말나쁜놈들입니다.그리고,매향리 주변의 생태환경및 주민의 육체적 건강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매일 비행기및 폭발의 소음을 오랬동안 시달렸다면 주민들의 정신건강도 심각하게 피폐해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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