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각산

목이 칼칼하고 목감기가 좀 들어, 일주일째 따뜻한 물과 용각산을 먹고 있다.
이번 감기는 몸살기운같은건 없는데, 그저 목만 좀 아프고 건조하다.

나는 용각산을 보면, 내 선배형님이 한분 생각난다.
이 형님은 오래전에 충청도에 있는 모 대학에 교수로 가셨는데,
이 형이 박사과정 끝나갈때, 나도 박사과정 1학기차 일때다.

의정부에 있는 모모대학에 첫 시간강의 나가던날,
형이 날 부르더니 박카스 두병과 용각산을 주셨다.
형은 '먹어, 임마. 도움이 될거야'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도 고맙단 말도 없이 받아서는 가방에 쑤셔넣고 의정부의 대학으로 갔다.

그날 3시간짜리 강의를 3개나 하는 날이었는데,
강의 두번을 하고나니, 힐링포션이 필요하다는걸 몸이 깨달았다.
박카스 한병을 그때 먹고... 쉬는시간마다 용각산을 입에 털어 넣었다.
박카스 한병은 언제 필요했냐하면, 3번의 강의가 다 끝난 밤, 집에 오기 전 이었다.
카페인 많이 든 박카스를 두병이나 먹었더니 잠이 오지 않아,
결국 집에서 안주도 없이 소주 한병을 나발불고 술김에 잠들었던 그날,
그게 나의 대학강의 첫날 이었었다.
그날 한시간에 17,000원 받았었다.
각종 노가다를 많이 해 본 나에게도, 강의는 노가다 보다 힘들었다.
오늘 용각산을 보니, 그 형이 생각난다.

그런데 용각산은 한국약이 아니다.
일본 약이고, 일본에서 2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약이다.
용각산은 일본에선 류-카쿠산이라고 하고, 당시 아키타현의 사타케씨 집안에서 집안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비방의 약 이다.
그래서 용각산 겉포장의 로고마크가 일본 가문 문장과 동일하다.

일본약이란게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약은 분필가루 먹는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약이다.
성분이 길경과 감초등이 들어있어서 좀 많이 먹어도 부작용 왕창 생기지도 않는다.


by 한도사 | 2008/05/15 22:50 | | 트랙백 | 덧글(11)

트랙백 주소 : http://Handosa.egloos.com/tb/175606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원심무형류 at 2008/05/15 22:54
목만 좀 아프고 건조한게 유행인가요;; 요즘 많이 그러더라구요
Commented by 한도사 at 2008/05/15 23:04
요새 감기가 다 그렇더군. 뜨거운거 마시면 덜 아프고 좋더라. 보리차 같은거 끓여놓고 마시면 시원하던데.
Commented by Silverfang at 2008/05/15 23:07
저 어릴적 천식있고 가레가 끓을때 저 약이 다스려 주었습니다.
명약은 명약이더군요.
Commented by sharkman at 2008/05/15 23:51
도라지 말린 거 물 끓일 때 넣어서 같이 끓이세요.
Commented by 루드라 at 2008/05/16 00:30
예전엔 용각산을 자주 먹었는데 요즘은 "호올스"라는 그 빨아먹는 사탕 같은 게 효과가 더 좋아서 그쪽으로 바꿔탔습니다. 가래나 기침에는 용각산쪽이 낫고 감기 기운으로 목이 아픈데는 호올스쪽이 나은 거 같더군요.
Commented by 獨向 at 2008/05/16 00:50
음 혹시 전부 다 AI?
Commented by 한도사 at 2008/05/16 09:12
농담이 아니고... AI가 광진구에서 발생하던날부터 목이 아팠다니까요. AI아닌지 의심도...ㅎㅎ
Commented at 2008/05/16 11:4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신디엄마 at 2008/05/16 13:30
이번 봄 목감기가 여름 초입인데도 극성이네요. 꽤 기침 오래가니까, 물 많이 드시구요...
Commented by 한도사 at 2008/05/16 16:39
비밀글 / 저와 전혀 관련없고, 한번도 뵌 적이 없는 분 입니다. 듣기로 그 분은 인천의 모 관장님의 제자라고 합니다.
Commented by 루드라 at 2008/05/16 20:05
<이 소리가 아닙니다. 이 소리도 아닙니다. 용각산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하는 광고 카피가 우리 어릴때 유행이었죠. 거의 따봉 수준이었던 거 같은데... ^^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