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저녁먹고 자전거를 몰고 한강변을 15km쯤 달려
한남대교밑에 가끔 운동하는 곳에 도착했다.
운동 좀 하다가 돌아오면서 밝은 동호대교밑에서 잠시 쉬는데,
옆자리 벤치가 심상치 않았다.

뭔 소리냐 하면... 옆 벤치에 원피스 입고 실연당한 삘로 우거지상을 한 (대학생쯤으로 보이는)아가씨가 앉아있고,
같은 벤치에 자전거를 몰고 가다가 잠시 쉬는 어떤 아저씨가 앉았다.
아저씨는 대충 40대 중반쯤,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는데
비싼 자전거에 헬멧에 자전거 라이딩용 복장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감았다.
(비싼 명품으로 발랐는데, 배는 왜 임신 6개월처럼 나왔고 다리는 참새다리처럼 가늘은지, 나는 잘 모르겠다)

갑자기 그 아저씨의 핸펀이 삐리리~ 울린다.
(무지 큰 목소리로) 아저씨 曰,
 'XX청장과 담주 수욜날 00일식집에서 저녁약속 잡아놨거든, 그때 작업물 갖고 나와,
%$X 장관과 주말에 골프약속이니까, 그때까지 어쩌고 저쩌고~ .'
듣고 싶어 들은게 아니고, 들려서 들었는데,
목소리를 들으니 좀 심하게 오버한단 느낌이 팍팍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화 끝나고 나니 아가씨가 아저씨한테 뭔가 말을 건다.
갖고 온 차 마시고 잠시 딴짓 하다 옆을 보니, 불과 몇분 사이에 진도가 벌써 다 나간 모양이다.
아저씨가 아가씨에게 명함 주면서, 낼 찾아오라나 뭐라나...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아가씨는 좋아서 입이 찢어져 가지고는 딸랑딸랑~
아가씨가 미성년자는 아닌것 같으니, 원조교제로는 볼 수 없겠는데... 허... 참...

아하~ 저렇게 한밤중에 한강변에서 자전거 타다가 낚시 하는 비법도 있었댔구나...
그동안 나는 강변에서 달리고 운동하고 했는데, 도대체 뭘 한거지?
중랑교 근처에 밤에 가끔 놀러나오는 허스키 한마리와 통성명하고 친해진것 빼고는 뭐 제대로 한게 없네.

선수는 역시 어느 상황에서든지 선수인게다.
아저씨와 아가씨중에 누가 선수인지는... Only God Knows~.

by 한도사 | 2008/05/23 00:18 | | 트랙백 | 덧글(8)

Commented by 獨向 at 2008/05/23 00:37
고수는 다른곳에 있는게 아니라 주변에 있다는 말이 .......
Commented by 페이퍼 at 2008/05/23 01:06
예뻤나요?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8/05/23 08:59
뭐, 그렇게 낚이는 아가씨를 사귀고 싶은 건 아니시겠죠?
Commented by 이지스 at 2008/05/23 10:08
동호대교 아래 벤치라고 그랬죠?(눈 초롱~)
Commented by 한도사 at 2008/05/23 10:33
네. 동호대교 북단 체육공원 입니다~ 특히 밤 10시 전후해서 동호대교-동작대교 구간에는 쭉빵하고 예쁜 젊은 아가씨들이 핫팬츠입고 뛰는걸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한강에서는 이 구간이 야간경치(?)가 제일 좋습니다.
Commented by 다문제일 at 2008/05/24 15:29
한강 북단 동호대교~동작대교 구간이면 저도 뛰는 곳인데 "예쁜 젊은 아가씨들이 핫팬츠 입고 뛰는" 모습 따윈 본 적도 없단 말입니다! 밤에 뛴 적은 없는데 시간대가 문제였던 걸까요;
Commented by 원심무형류 at 2008/05/23 23:10
으흠...
Commented by 한도사 at 2008/05/24 21:51
다문제일 / 흠흠... 이거 뭐 아가씨보러 밤에 라이딩 하는줄로 오해의 소지가 있겠지만서도... 구체적으로 말하면 동부이촌동 아래편에 물이 좋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동호대교에서 동작대교 사이지요. 원래 동부이촌동에 미인이 많이 살거든요... 아가씨들이 집에 귀가한 후에 몸매 관리하느라 뛰는 시간이니까, 보통 밤 10시 전후가 되겠습니다. 밤 12시가 넘으면 사람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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